
(지난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4년 만에 재대결 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틀란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90분간의 첫 TV 토론을 가졌다.
토론에서 바이든은 감기가 걸렸다며 쉰 목소리로 말까지 웅얼거리며 더듬었고, 트럼프가 말할 때 멍청한 얼굴로 바라보는 등 최악의 토론 자세로 바이든의 최대 약점인 고령, 인지력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비록 거짓말을 여러 번 했지만, 활력이 넘치고 능숙능란하고 여유있는 토론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
토론 이후 민주당은 폭망한 분위기로 패닉에 휩싸였고, 공화당은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했다.
토론의 결과로 미국인들은 두 후보 중에 한 명을 결정하는데에 그 전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미국인들에게 “두 사람 모두 국가를 이끌어 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확고히 응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TV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날카로움, 활력, 확신을 가지고 거짓말을 쏟아내는 반면, 바이든은 토론의 요점을 잃고 문장을 끝내는 데 힘겹게 애쓰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는 81세의 민주당 대통령이 4년 더 임기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을 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토론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최악의 대통령으로 부르면서 범죄자, 바보(Sucker), 패배자(Loser)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경제부문에 있어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 때, "미국 경제는 자유낙하 중이었다. 일자리가 없었으며 실업률이 15%까자 올라갔다. 코로나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많은 인구가 죽어갔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리고, 8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한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면서, "아직 해야할 일이 더 있다."고 자신의 재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바이든은 "한국에 갔을 때 삼성전자를 방문해 수십억 달러의 투자유치를 끌어냈다."라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되받아쳤다.
또한, 이민 정책에 있어서 트럼프는 "바이든의 이민 정책으로 수백만의 감옥, 정신병원에서 나온 사람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에게 일자리를 내어 주고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신이 북한 김정은과 푸틴과의 돈독한 관계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자신이 집권했다면 처음부터 시작되지 않았을 전쟁이라고 바이든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다시 바이든은 "이민자들에 대해 그는 과장하고 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한 것을 뒷받침하는 아무런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낙태 문제에 있어서도, 바이든은 "수 많은 여성들이 6주 이후 낙태금지 규정으로 죽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낙태권 폐기에 대해 바이든은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점을 최대한 살리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는 낙태는 각 주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며 강간이나, 불륜,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낙태는 허용해야 하고 임신중절약에 대해서도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당신은 여전히 기소 상태다. 당신은 부인이 임신한 상태에서 포르노 스타와 자는 ‘도둑고양이 같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공격했다.
이에 트럼프는 "나는 포르노 스타와 섹스를 하지 않았다. 뉴욕에서 재판한 판사와 검사들은 모두 민주당원 이었다." 라며 자신을 정치적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것처럼 변명했다. 하지만, 성추문에 대해서 이미 유죄 판결은 받은 트럼프는 또 한번 더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정책에 대해서도 "세계는 온난화 되고 있다. 그의 보조금으로 미국 전역이 풍력 발전기로 뒤덮이고 있다"면서 "내가 승리하면 석유 시추를 3배로 늘리고, 전기차 의무 정책을 취소할 것"이라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토론에 대한 반응은 말할 것도 없이 ‘바이든의 참패’라는 평가가 유권자들이나 당 안 밖에서 매우 우세하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 그 간의 바이든과 절친했던 지지자들과 후원자들, 바이든을 지지했던 친바이든 언론인 CNN과 NYT사들 마저 “나라를 위해 물러나라”라며 등을 돌렸고, 민주당 진영에서는 다른 대통령 후보로 대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참담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28일 'X(옛 트위터)'에 "토론이 잘 안 풀릴 때도 있다(Bad debate nights happen)"며 "나를 믿어라, 정말이다"고 바이든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이번 선거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싸워온 사람과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간의 선택이다"라며 다시 말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 옳고 그름을 알고 그것을 미국인들에게 직설적으로 줄 수 있는 사람과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내뱉는 사람간의 선택이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다음 날인 28일 대선 경합주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유세에서 "나는 과거만큼 편안하게 걷지 못하고, 옛날만큼 말을 하지 못하고, 과거만큼 토론을 잘하지 못한다"고 인정한 뒤 "그러나 나는 진실을 어떻게 말할지 알고, 잘못된 일과 옳은 일을 구별할 줄 알고, 이 일을 어떻게 수행할지, 어떻게 완수할지를 안다"고 후보교체론을 정면으로 일축했다.
특히 그는 고령과 인지능력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듯 노타이에 셔츠 단추를 2개 푼 채 연설했고, 연설 도중에 주먹을 불끈쥐거나 목소리를 높이며 열정적으로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나선 유세에서 "바보 같은 조 바이든은 일주일 동안 캠프 데이비드에서 토론 준비를 했는데, 너무나도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에서의 실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토론 직후 실시된 CNN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토론 관찰자들은 트럼프가 바이든을 월등하게 능가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거짓말을 했어도 참혹한 실수들을 저지른 바이든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호감도는 트럼프 유죄판결 이후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