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2월 4일 영국 왓퍼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발언하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가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 (AP) -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NATO 북대서양 동맹기구) 회원국 중에서 방위비를 2% 이상 부담하지 않는 국가는 러시아의 침공을 오히려 부추키겠다는 폭탄 발언을 해서 유럽과 미국 정치권에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민주 동맹국들이 아닌 러시아 편에 선 것처럼 보이는 가장 최근의 사례이다. 이는 또한 77세의 트럼프가 나토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 유세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재임시절 나토 국가 지도자들과의 회의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서 군사비 지출에 충분히 기여하지 않는 동맹국에 대해 미국의 지원을 보류하고,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오히려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트럼프는 나토 회원에게 “돈(방위비)을 안 냈어요? 당신은 체납자입니까? 나는 당신을 보호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나는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하라고 부추키고 싶습니다. 당신은 청구서를 지불해야 합니다. 돈을 내란 말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나토 동맹국들이 서로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미국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 군인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11월 트럼프와의 재대결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더 많은 전쟁과 폭력을 허용하고, 자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계속하며,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은 끔찍하고 위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트럼프의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정적들을 살해하는 푸틴 대통령을 돕는 말이라며 "폭력배의 편을 들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은 이제 빌려주는 것(차관)이 아니라면 대외지원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단 한푼의 돈도 지원해서는 안된다.”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는 그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도 문제를 제기했던 적이 있는 해묵은 논쟁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방에 국내총생산(GDP)의 2%를 지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해 기준 31개 회원국 중 11개국이 2% 미만으로 분담금을 다 지불하지 못했다.
나토 헌장 5조에는 한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회원국들이 자동으로 개입하여 전쟁을 돕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 5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나토 동맹국에 대한 위협이고 이러한 말로 세계 정세가 요동치고 전쟁까지도 촉발할 지도 모르는 위험한 태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가 동맹국과의 효용성 평가에서 한국을 '최악'으로 평가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연간 600억 달러(약 70조원)를 내야한다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분담금은 약 50조원 정도이다. 트럼프는 재임기간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대가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던 적이 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이 한반도 상황과 연관되어 한국의 안보에도 상당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2019년 12월 4일 영국 왓퍼드에서 열린 나토 지도자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